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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 해변에서 본 태국 사람들의 여유 바다와 함께 시작된 아침의 느린 리듬 파타야의 아침은 소음이 아니라 파도소리로 시작된다. 해안도로에 햇빛이 번지기 전, 모래사장에는 이미 현지인들이 하나둘 자리 잡는다. 어떤 이는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천천히 걷고, 어떤 이는 요가 매트를 펴고 숨을 고른다. 해변 근처 사원에서 탁발을 마친 승려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잠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어시장에서 갓 돌아온 소금기 어린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바닷새는 낮게 선회하며 모래 위로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나는 습기가 서린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한 발 한 발을 의식적으로 내디뎠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온기는 미지근했고, 파도가 한번 훑고 간 자리에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조개껍데기와 가느다란 해초가 남아 있었다. 산책로에서 마주친 중년 부부는 작은 라디오로.. 2025. 8. 23.
태국 길거리에서 본 왕의 사진들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 낯선 장면 태국을 처음 여행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장면 중 하나는 길거리에 세워진 커다란 사진들이었다. 그것은 광고판도, 행사 홍보물도 아닌 바로 왕의 사진이었다. 방콕의 번화가 중심 도로 한복판에는 금빛 장식으로 둘러싸인 액자 속에서 미소 짓는 왕의 초상이 있었고, 작은 동네 골목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세운 듯한 액자와 꽃장식 속에서 왕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진이 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태국 사회에서 왕이 차지하는 특별한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출근길에 분주히 걸음을 옮기던 현지인들은 그 앞을 지날 때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두 손을 모으며 존경의 표시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 2025. 8. 23.
태국 맥주와 얼음, 한국과 다른 음주 문화 태국에서 처음 마신 맥주의 낯선 모습 태국 여행을 하면서 저녁에 노상 식당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시원하게 식힌 병맥주가 테이블 위에 놓였고, 그 옆에는 얼음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컵이 함께 따라왔다. 한국에서는 흔히 맥주를 있는 그대로, 혹은 생맥주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모습은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왔다. ‘맥주 맛이 연해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옆자리 현지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얼음을 컵에 담고 맥주를 따라 마셨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했다. 얼음이 컵 안에서 찰랑거리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맥주가 컵을 채웠고, 손에 쥔 순간부터 차가움이 전해졌다. 첫 모금은 예상과 .. 2025. 8. 23.
우본라차타니의 사원과 촛불 축제 이야기 사원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된 하루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우본라차타니는 이산 지역에서도 문화적 전통이 깊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곳을 찾으면서 단순히 여행지가 아닌, 태국 불교의 뿌리와 사람들의 삶을 함께 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사원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신선했고 경내에는 승려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금빛으로 빛나는 불상과 정교하게 장식된 지붕은 이 지역 사람들의 신앙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사원 안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향을 피우고 합장을 올리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이들의 신앙 속에 함께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 벽화에는 불교의 가르침과 함께 태국인의 생활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마치 과거.. 2025. 8. 23.
방콕 길거리 꼬치구이 연기와 향기로 가득한 밤거리 방콕의 저녁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니라, 골목마다 피어오르는 꼬치구이의 연기였다. 작은 카트 위에 숯불이 타오르고, 그 위에 돼지고기, 닭고기, 심지어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내장 꼬치가 줄지어 올려져 있었다. 고기 위에 양념이 스며들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불길이 가끔씩 튀어 오를 때마다 진한 향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그 앞에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 있었고, 퇴근길에 잠시 들른 직장인, 교복을 입은 학생들, 관광객들까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단순히 구경만 하려 했지만, 연기 속에서 전해지는 매혹적인 향기에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가게 주인은 땀을 흘리며 꼬치를 재빠르게 뒤집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소스를 발.. 2025. 8. 22.
로컬 시장에서 맛본 태국 디저트 달콤한 향기가 나를 이끈 시장 방콕의 한 로컬 시장을 걷다 보면 언제나 냄새가 먼저 나를 끌어당긴다. 갓 튀긴 기름 냄새, 구운 고기의 향, 열대과일이 풍기는 달콤함이 한꺼번에 섞여 공기를 가득 채운다. 그날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시장 골목을 걷던 중, 유난히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곳에는 작은 카트에 다양한 디저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젤리 같은 것, 코코넛 밀크 향이 풍기는 하얀 푸딩, 그리고 바나나 잎에 곱게 싸여 있는 작은 간식까지. 나는 처음 보는 모양에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에서는 케이크나 빵 같은 서양식 디저트가 익숙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디저트들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특히 바나나 잎으로 감싼 간식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더 궁금했다. 주.. 2025.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