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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빨래는 어떻게 할까? 셀프 세탁 경험

by Koriland 2026. 2. 13.

여행이 길어지면 결국 빨래를 고민하게 된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빨래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머무는 일정이었고, 옷을 조금 넉넉히 챙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태국의 더위는 생각보다 강했고, 하루에 한 번만 갈아입어서는 부족한 날도 있었다. 낮에 땀을 흘리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 자연스럽게 옷을 또 갈아입게 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가방 한쪽에 쌓여가는 세탁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호텔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까 고민도 했다. 편하긴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티셔츠 한 장, 바지 한 장 계산하다 보니 금액이 금방 올라갔다. 그때 숙소 근처 골목에 있는 작은 세탁소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은 크지 않았고,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건 커다란 세탁기 몇 대와 플라스틱 의자뿐이었다. 한국에서 보던 코인 세탁방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단출한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제 향이 진하게 났고,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안내문은 대부분 태국어였고 영어는 조금 적혀 있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여러 명이 자연스럽게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걸 보고 용기를 냈다.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순간 묘하게 현실이 느껴졌다. 여행 중이라는 기분보다는, 이곳에서 며칠 이상 머무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빨래라는 일상적인 행위가 공간과 나 사이의 거리를 줄여주고 있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생기는 시간

세탁기를 돌려놓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보통 여행 중에는 일정이 촘촘해서 이동하거나 구경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빨래는 그 리듬을 강제로 멈춘다. 30분, 40분을 한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어색했다. 그냥 앉아 있는 게 낯설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학생은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어떤 아주머니는 친구와 나란히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는 세탁기 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밖을 바라봤다. 세탁소 문이 열릴 때마다 더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가 다시 선풍기 바람에 흩어졌다. 밖에서는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노점에서 무언가를 굽는 냄새가 스며들었다. 그 풍경이 이상하게 차분하게 느껴졌다. 여행 중에는 늘 ‘어디를 더 볼까’를 생각했는데, 그날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게 전부였다. 세탁이 끝난 뒤 옷을 건조기로 옮기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건조기에서 나온 따뜻한 옷을 하나씩 접으며, 이 도시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깨끗해진 티셔츠를 가방에 넣는 순간, 이곳에서 며칠을 더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래가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을 만드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작은 불편함이 오히려 적응을 도와줬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동전이 부족해 세탁기를 돌리지 못했고, 근처 편의점에 가서 돈을 바꿔와야 했다. 또 한 번은 세제 사용법을 잘 몰라 옆 사람에게 눈짓으로 물어본 적도 있다. 말은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으로 충분히 설명이 됐다. 그 과정이 귀찮기보다는 묘하게 재미있었다. 빨래를 계기로 동네 구조를 더 익히게 됐고, 세탁소 근처 작은 카페도 알게 됐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시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갑자기 스콜이 내려 세탁소 안에 사람들이 몰린 날도 있었다.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조금씩 양보했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빗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태국에서의 빨래는 편리함만 있는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었다. 여행에서 흔히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빨래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이 도시의 리듬에 맞춰지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을 털어내고 다시 깨끗하게 입는 과정은 단순한 세탁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태국에서의 셀프 세탁 경험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또렷했다. 여행은 멋진 풍경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이런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진짜 생활의 결이 보인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