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1 태국에서 대화 없이도 연결되는 순간들 복장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태국 사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솔직히 관광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진으로 보던 황금빛 탑과 화려한 장식, 높이 솟은 첨탑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만 떠올렸다. 그래서 평소 여행하던 차림 그대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갔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가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걸 느꼈다. 관광객은 많았지만, 그 사이에 현지인들이 향을 피우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입구에서 직원이 나를 멈춰 세웠다. 무릎이 드러나는 복장은 안 된다는 안내였다. 그 순간 괜히 민망해졌다. 급히 근처에서 긴 천을 빌려 허리에 둘렀지만,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단순히 규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 공간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2026. 2. 14. 태국에서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바뀐 이유 처음엔 어색했고, 시선이 신경 쓰였다태국에 도착한 첫 주에는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혼밥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그건 대개 바쁜 점심시간이거나 잠깐 끼니를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목적이 분명했다. 빨리 먹고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그 ‘다음 일정’이 그리 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도드라졌다. 로컬 식당에 들어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으면, 주변 테이블은 가족이나 친구 단위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혼자였다. 처음 며칠은 괜히 휴대폰을 오래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기엔 어색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몇 분이 길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낯선 나라에서는 다.. 2026. 2. 14. 태국에서 한국 음식이 그리워졌던 순간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올랐다태국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음식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 쏨땀, 똠얌꿍, 카오카무 같은 음식들이 더 궁금했고, 매 끼니가 기대됐다. 한국에서 먹던 음식은 잠시 잊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실제로 초반 일주일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매운맛도 생각보다 잘 맞았고, 향신료 향도 금방 익숙해졌다. 편의점에서 파는 토스트나 즉석 음식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도 다양했다. ‘나는 음식 적응이 빠른 편이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김치가 떠올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로컬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밥 옆에 아무 반찬도 없이 메인 메뉴 하나만.. 2026. 2. 14. 태국에서 혼자 보내는 하루 루틴 아침은 조용하게 시작되고, 천천히 밖으로 나간다태국에서 혼자 지내다 보면 아침이 가장 조용하다. 한국에서는 아침부터 소리가 많다. 출근 준비하는 소리,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소리, 자동차 시동 소리. 그런데 태국의 아침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머물던 콘도에서는 복도가 비교적 고요했고, 로비에는 이미 경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분주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면 습기가 먼저 들어온다. 아직 햇빛이 완전히 강해지기 전이라 공기가 묘하게 부드럽다. 나는 대부분 알람을 여러 번 맞춰두지 않는다. 굳이 서두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침대에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휴대폰을 확인하고, 밤사이 온 메시지를 훑어보고, 커튼을 걷는다.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 2026. 2. 14. 태국에서 ‘기다림’이라는 개념 태국에서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흐름에 가깝다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기다림을 불편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기다린다는 건 뭔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내 계획이 밀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빠르게 굴러간다. 약속 시간은 정확해야 하고, 음식은 빨리 나와야 하고, 대기 줄은 짧을수록 좋다. 기다림은 대부분 줄이고 싶은 대상이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그 개념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첫 번째로 크게 느낀 건 음식점에서였다. 로컬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면, 음식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주방에서 천천히 조리하는 소리가 들리고, 옆 테이블에서는 사람들이 조용히 대화를 이어간다. 처음에는 손목시계를 보며 언제 나오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초조해 보이지 않.. 2026. 2. 14. 태국에서 영어가 통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관광지에서는 생각보다 잘 통한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영어만으로 얼마나 가능할까?”였다. 태국어를 거의 못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영어가 기본 도구였다. 공항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입국 심사, 환전소, 공항 직원 응대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루어졌다.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보여주면, 간단한 영어로 확인 질문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인상이 강했다. 방콕 중심지,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영어 메뉴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식당이 많았고, 카페 직원들도 주문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호텔 리셉션에서는 대부분 유창한 영어가 가능했고, 투어 예약이나 일정 조정도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미묘한 경.. 2026. 2. 14.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