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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편의점 알바생을 보며 느낀 차이

by Koriland 2026. 2. 13.

계산대 앞의 속도는 느리지만,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자주 들른 곳을 꼽으라면 아마 편의점일 것이다. 더운 날씨에 아이스커피를 사러 들어가고,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잠시 피하기도 하고, 밤늦게 출출하면 간단한 음식을 사러 들렀다. 그렇게 반복해서 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산대 앞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편의점은 빠르다. 계산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고, 알바생은 손이 빠르다. 계산과 동시에 봉투를 건네고, 카드 단말기를 내밀고, 다음 손님을 받는다. 대화는 짧고 기능적이다. “봉투 필요하세요?” “영수증 드릴까요?”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그런데 태국 편의점 계산대는 조금 다르게 흘렀다. 계산이 빠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속도보다 분위기가 먼저 느껴진다. 직원은 계산을 하면서도 가볍게 미소를 짓고, 짧게라도 눈을 마주친다. 내가 서툰 태국어로 “코쿤캅”이라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카~” 하고 답한다. 어떤 날은 줄이 길어도 직원이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바코드를 찍고, 잔돈을 정확히 세어 건넨다. 계산이 끝난 뒤에도 마지막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느리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줄이 길어지면 알바생도 긴장하고 손님도 재촉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그 긴장감이 덜했다. 줄이 조금 길어져도, 사람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그 차이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계산이라는 단순한 행위 속에서도 공간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속도보다 분위기가 먼저라는 느낌. 그게 내가 처음으로 감지한 차이였다.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으로 서 있는 느낌

여러 번 같은 편의점을 드나들다 보니, 특정 직원의 얼굴이 익숙해졌다. 밤 시간대에 자주 보이던 남자 직원, 아침에 커피 머신을 정리하던 여자 직원. 그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딱딱하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커피를 뽑다가 기계 사용법을 잘못 눌러서 멈칫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직원이 빠르게 와서 대신 처리해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날 그 직원은 내 옆에 서서 천천히 버튼을 가리켜주었다. 직접 해보라는 식이었다. 말은 길지 않았지만, 내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내가 ‘고객’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또 다른 날은 계산대 앞에서 잔돈이 조금 모자라 당황했는데, 직원이 웃으며 기다려주었다. 뒤에 손님이 있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라면 뒤에서 한숨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상황이 항상 부드러운 건 아닐 것이다. 바쁜 시간대에는 태국 편의점도 분주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날카롭지 않았다. 직원이 기계처럼 움직이기보다,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손님도 그 리듬을 억지로 깨지 않는다. 서비스 산업에서 ‘친절’은 종종 의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국 편의점에서 느낀 건 의무감보다 자연스러움이었다. 과하게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표정하지도 않다. 딱 필요한 만큼의 미소와 목소리. 그 균형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가, 어느 날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느낌이 강하고, 태국에서는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였다.

일과 삶의 경계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들

태국 편의점 알바생을 보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일과 삶의 경계였다. 한국에서는 편의점 알바가 종종 ‘힘든 일’로 묘사된다. 야간 근무, 진상 손님, 빠른 업무 속도. 그래서 알바생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장면들은 조금 달랐다. 새벽 시간에 들어갔을 때, 직원이 동료와 잠깐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계산대 뒤에서 휴대폰을 보는 모습도 보였다. 손님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일을 이어가고, 없으면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일과 휴식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물론 규율이 없는 건 아니다. 계산은 정확했고, 진열도 깔끔했다. 하지만 그 안에 숨 쉴 틈이 있었다. 어느 날은 계산을 마친 뒤 직원이 나에게 태국어로 짧은 질문을 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자 영어로 다시 말해주었다. “From Korea?”라고 묻길래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Welcome”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짧은 교환이 하루를 조금 밝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스치는 장소라는 걸 실감했다. 한국에서도 물론 그런 순간이 있지만, 태국에서는 그 장면이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부드럽게 나타났다. 일하는 사람의 표정에서 ‘버티는 기색’보다 ‘흘러가는 기색’이 더 많이 보였다. 그게 환경의 차이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개인의 성향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반복해서 드나들며 본 장면들은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에 갈 때마다 괜히 계산대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됐다. 같은 일을 해도, 그 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는 걸 그곳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