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관리되는 공간’의 분위기
태국에서 콘도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로비를 둘러봤다. 한국에서 익숙한 아파트 입구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 아파트는 출입문을 지나면 바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보이는 구조가 많지만, 태국 콘도는 작은 호텔처럼 로비가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닥은 반짝였고,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며, 경비원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방문객은 출입 기록을 작성해야 했고, 엘리베이터는 카드키를 찍어야만 층 버튼이 눌렸다. 처음에는 이런 절차가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없다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로비 한쪽에는 택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관리 직원이 주민의 이름을 확인한 뒤 전달해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택배가 집 앞에 쌓여 있는 모습이 익숙한데, 여기서는 모든 것이 로비를 중심으로 관리되는 구조였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니 이 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시스템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경비원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그 짧은 순간이 일상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한국 아파트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강조한다면, 태국 콘도는 공용 공간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수영장과 헬스장이 만들어내는 생활의 리듬
태국 콘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대시설이다. 내가 머물렀던 곳에도 건물 1층에 작은 헬스장이 있었고, 옥상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여행 온 기분이네’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시설은 고급 아파트나 대형 단지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지켜보니 이곳에서는 그 시설이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아침 6시쯤 내려가면 이미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있었고, 저녁에는 가족 단위로 수영장을 이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부모는 옆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장면이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도 어느 날은 더위를 견디다 못해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하루 종일 쌓였던 열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따로 시간을 내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만으로 가능했다. 헬스장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거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잠깐 내려가 스트레칭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구조는 하루의 흐름을 조금 바꿔놓는다. 방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건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주민들을 스치듯 마주친다. 말은 거의 나누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한국 아파트와는 다른 결이었다.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미묘한 균형
태국 콘도 생활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과의 거리감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웃과 거의 마주치지 않거나, 마주쳐도 대화를 길게 나누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대개 조용히 각자의 휴대폰을 본다. 태국 콘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 많았지만, 가끔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미소를 짓거나, 로비에서 택배를 기다리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경비원이나 관리 직원과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마주치게 되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된다. 그 작은 인사가 공간에 대한 감각을 조금 바꿔놓는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배달 문화였다. 한국에서는 음식이 문 앞까지 바로 오지만, 태국 콘도에서는 대부분 로비에서 직접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번거롭지?’ 싶었지만, 몇 번 반복되자 오히려 그 시간이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건물 안 공기를 느끼고, 로비에서 직원과 눈을 마주치고, 다시 올라오는 그 짧은 동선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하게 공동체적인 공간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 태국 콘도는 그런 균형을 가진 공간이었다. 한국 아파트의 효율적인 구조와는 다르게, 조금 더 서비스적이고, 조금 더 관리 중심적인 방식.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방식에도 나름의 편안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방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곳은 호텔도 아니고, 완전한 집도 아니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그 사실이 태국 콘도 생활을 단순한 숙박 경험과 다르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