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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맥주와 얼음, 한국과 다른 음주 문화 처음 경험한 태국식 맥주 문화 태국에서의 어느 저녁, 노상 식당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시원하게 식힌 병맥주나 생맥주를 그대로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에서는 맥주 옆에 얼음이 가득 담긴 컵이 함께 나왔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했다.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신다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맥주는 본래 차갑게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얼음을 넣으면 맛이 희석되고 풍미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옆자리의 현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얼음을 집어 컵에 담고 맥주를 붓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용기를 냈다. 얼음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그 사이로 황금빛 맥주가 흘러내리자 묘하게 시원한 기운이 전해졌다. 첫 모금은 예상보다 부드럽.. 2025. 8. 22.
코랏 시장에서의 첫 흥정 경험 낯선 시장에 발을 들이다 코랏, 정식 명칭으로는 나콘라차시마. 방콕에서 버스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도시는 태국 동북부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이산 지역의 중심지’라고 불린다. 한국에서라면 크게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태국의 진짜 일상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로컬 시장이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강렬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생선이 늘어선 좌판, 열대과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 진열대, 갓 튀겨낸 기름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현지 사람들은 익숙한 듯 장바구니를 들고 분주히 오갔고, 상인들은 목청을 높여 손님을 불러 모았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 들지도 못하고, 그저 사람들 흐름에 휩쓸려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고 습했지.. 2025. 8. 22.
처음 먹어본 쏨땀, 매운맛의 충격 태국에서 마주한 낯선 샐러드, 초록 파파야의 첫인상 태국에 오기 전까지 샐러드는 대체로 잎채소에 드레싱을 얹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현지 친구가 “오늘은 쏨땀을 먹어보라”고 권했을 때, 눈앞에 나타난 접시는 그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가늘게 채 썬 초록 파파야가 산처럼 수북했고, 잘게 갈라 넣은 방울토마토가 붉은 점처럼 빛났다. 쪼갠 라임이 가장자리에 얹혀 있었고, 볶은 땅콩과 말린 새우가 고명처럼 흩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강렬했던 건 잘게 다져진 생고추였다. 보기만 해도 혀끝이 얼얼해지는 색이었다. 주방에서는 절구와 막대가 ‘둥, 딱, 둥’ 리듬을 만들며 쉬지 않고 부딪혔다. 이 리듬 속에서 라임즙, 설탕, 피시소스, 고추, 마늘이 한 덩어리의 소스로 엮여 갔다. ‘쏨’은 ‘시다’는 뜻, ‘.. 2025. 8. 22.
깐짜나부리 전쟁박물관을 방문한 특별한 하루 전쟁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방콕에서 서쪽으로 차를 타고 두세 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도시, 깐짜나부리. 이곳은 태국 여행을 계획할 때 흔히 떠올리는 방콕이나 파타야, 치앙마이처럼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깐짜나부리에는 ‘콰이강의 다리’로 널리 알려진 철도가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전쟁 포로들이 이 지역에서 강제노역을 하며 목숨을 잃었다. 나는 평소 책이나 영화에서만 접하던 이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루 시간을 내어 전쟁박물관을 찾았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방콕의 복잡한 도심과는 사뭇 달랐다. 푸른 들판과 낮은 건물들, 그리고 강 주변에 드문드문 서 있는 작은 집들이 평화롭게 보였다. 하지만 이 고요한 풍경 뒤에는 전쟁의 아픔이 깃.. 2025. 8. 22.
방콕 길거리 꼬치구이에서 시작된 모험 화려한 도시 속 소박한 노점상방콕의 거리를 걷다 보면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쇼핑몰에는 화려한 조명이 반짝인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낮추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인도 옆으로 늘어선 작은 노점들, 철제 카트 위에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아주머니들, 바쁘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현지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꼬치 몇 개를 사 먹는 풍경. 나는 바로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연기는 눈을 살짝 맵게 했지만,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사람들을 하나 둘씩 불러 모았다. 꼬치 하나에 10바트, 한국 돈으로 4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엔 위생이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현지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나는 닭고기 꼬치 두 개.. 2025. 8. 21.
논타부리에서 만난 소박한 태국의 일상 방콕 옆 도시, 논타부리로의 짧은 이동태국에 머물던 어느 날, 나는 방콕에서 조금 벗어나기로 했다.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바로 논타부리였다. 사실 한국에서 태국을 이야기할 때 흔히 떠오르는 도시들은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 정도다. 나 역시 논타부리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방콕 북쪽으로 차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가 나타났다. 방콕에서는 하루 종일 차들이 뒤엉켜 경적을 울리고, 빌딩 숲 사이로 사람들 발걸음이 바쁘게 오갔다. 하지만 논타부리에 발을 들이자 시간의 흐름이 한결 느려졌다. 도로 양옆으로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학생들.. 2025.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