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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야시장이 특별한 이유 –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by Koriland 2026. 2. 13.

해가 지면 시작되는 또 다른 도시

태국에서 야시장을 처음 갔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낮에는 뜨겁게 달아오르던 도로가 해가 지면서 조금씩 식어가고, 노점 상인들이 하나둘씩 천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한 공터 같던 공간이 몇 시간 사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불빛이 켜지고,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야시장을 가본 적이 있지만, 태국 야시장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단순히 밤에 열리는 시장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보내는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졌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고, 친구들끼리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인다.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그래서인지 관광지라는 느낌보다는 ‘동네 축제’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나는 처음에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손에는 꼬치와 음료가 들려 있었다.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가 나고, 다른 쪽에서는 달콤한 디저트 향이 퍼진다. 걷다 보면 계속 멈추게 된다. 한국의 야시장은 비교적 정돈된 구조 속에서 운영되는 느낌이라면, 태국 야시장은 조금 더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통로가 넓지 않아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히기도 하고, 계산대 대신 간이 테이블 위에서 현금을 주고받는다. 그 약간의 혼잡함이 오히려 현장감을 더한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그 공간은 낮과 전혀 다른 도시가 된다.

음식이 중심이 되는 공간

태국 야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역시 음식이다. 한국 야시장에서도 먹거리가 중심이 되지만, 태국은 그 비중이 훨씬 크다. 시장의 대부분이 음식 노점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볶음면을 큰 철판 위에서 빠르게 뒤집는 소리,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꼬치, 얼음이 가득 담긴 통 안에서 꺼내는 차가운 음료까지. 눈으로 보고 바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나는 한 번은 메뉴를 잘 모르겠어서 옆 사람을 따라 주문한 적이 있다. 매콤한 향이 강하게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꽤 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손이 갔다. 태국 음식 특유의 단맛과 매운맛, 그리고 향신료가 어우러져 중독성이 있었다. 또 재미있는 건 가격이다. 부담 없이 여러 가지를 조금씩 사 먹을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먹고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금 걷다가 또 다른 노점에서 뭔가를 사고, 음료를 추가로 고른다. 한국 야시장에서는 줄을 오래 서야 하거나, 특정 인기 메뉴에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태국에서는 물론 인기 가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느낌이다. 좌석도 자유롭다.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다 앉거나, 그냥 서서 먹기도 한다.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고,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 공간을 즐기는 중심 요소가 된다. 그래서 야시장은 식당이라기보다 ‘열린 식탁’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르다

태국 야시장을 여러 번 가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야시장이나 축제에 가면 어딘가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다. 줄을 서고, 주문하고,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태국에서는 조금 더 느긋하다. 물론 사람이 많을 때는 붐비지만, 전체적인 리듬이 느리다. 노점 상인과 손님이 짧게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나는 한 번 계산을 하다가 잔돈이 부족했는데, 상인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손을 내저은 적이 있다. 그 순간 괜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또 어떤 날은 비가 갑자기 내렸는데, 사람들은 서둘러 흩어지기보다 천막 아래로 모여들어 비를 피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장면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야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소처럼 보였다. 관광객인 나조차 그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음악이 크게 울리고, 불빛이 반짝이고,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규모나 구성의 차이도 있지만, 결국 가장 다른 건 분위기였다. 태국 야시장은 조금 더 느슨하고, 조금 더 여유 있고,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나는 태국에 갈 때마다 야시장을 한 번은 꼭 들른다. 특별한 관광 코스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곳에서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