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타야의 햇빛 아래, 입장 팔찌와 악어 먹이 바구니
파타야 외곽 도로를 벗어나자, 흙먼지와 나무 그늘이 번갈아 차창을 스쳤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먼저 손목에 형광색 입장 팔찌를 채워 준다. 가이드가 “천천히, 무서우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세요”라고 영어와 태국어를 섞어 말했고, 우리는 울타리 쪽으로 줄을 섰다. 철망 너머의 물빛은 탁했고 표면에는 작은 나뭇잎이 떠다녔다. 직원이 커다란 빨간 바구니를 건네자 비닐장갑과 집게, 생고기가 차갑게 닿았다. 막대 끝에 고기를 끼우는 순간 손가락으로 진득한 기름이 묻어났고, 내 손목은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고개를 너무 낮추지 마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면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어둠 같은 등이 미끄러져 올라와 번개처럼 튀었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철망에 부딪힌 물 튀김이 팔찌를 적셨고, 주변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나는 두 번째 고기를 더 높이 들었다. 막대가 수면 위를 스치자 악어의 눈이 아주 잠깐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공포라기보다 오래된 인내처럼 느껴졌다. 직원이 ‘원래 이렇게 먹이를 준다’고 설명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문장이 동시에 흘렀다. ‘내가 이 장면을 즐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참고 보고 있는 걸까.’ 막대를 뒤로 빼며 숨을 고르는데, 팔 뒤쪽으로 뜨거운 태양과 냄새가 겹쳤다. 물비린내, 철의 맛, 라텍스 장갑의 고무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땀 냄새. 혼합된 공기가 콧속에 남았다. 마지막 조각을 막대에서 떼며 괜히 손으로 ‘미안’이라는 모양을 그려 보았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나 자신에게 필요했던 작은 제스처였다. 바구니를 반납하고 손을 씻을 때, 배수구에서 고기의 기름막이 얇게 흘러갔다. 그 얇은 막이 마음 어딘가에도 잔잔히 떠다니는 듯했다.
코끼리의 피부 결과 내 발의 흔들림, 위에서 내려다본 불편함
다음 코스는 코끼리 체험장이었다. 대기 플랫폼의 나무 계단이 삐걱거렸고, 앞사람이 올라설 때마다 난간이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조련사는 밝게 웃으며 사과를 한 바구니 더 얹어 주었다.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그 말은 친절했지만, 내 심장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코끼리가 내 앞에 멈추자, 축축하게 반짝이는 눈과 두꺼운 속눈썹, 거친 피부의 주름 사이로 흙먼지와 마른 풀잎이 끼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배에 차인 가죽 벨트가 웅— 하고 울리며 조여질 때, 코끼리의 옆구리가 호흡에 맞춰 크게 부풀었다가 줄어들었다. 나는 채 위에 몸을 얹고 발판에 발을 올렸다. 출발. 첫 발걸음에서 등뼈 쪽이 천천히 위로 들렸다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내 무게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 불편하게 생생했다. 아래를 보니 발톱 사이로 말라붙은 진흙이 피어난 꽃처럼 갈라져 있었다. 길가의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고, 조련사는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휴대폰을 가져갔다. 나는 억지로 웃어 보았지만, 웃음은 금방 마르고 눈동자만 도리질했다. 사과를 내밀자 긴 코가 부드럽게 말아 올렸다. 부럽도록 능숙한 동작, 그러나 그 능숙함이 ‘훈련’의 다른 말처럼 들렸다. 코끼리가 발을 바꾸며 잠깐 머뭇거릴 때, 조련사의 구두 소리가 짧고 낮게 들어왔다. 그 소리 하나가 풍경의 색을 바꿔 놓았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풀빛이 갑자기 흐려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잠깐 멈춰도 될까요?” 조련사는 무심한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의 시간과 코끼리의 시간이 잠깐 어긋나 멈췄고, 그 틈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내 다리는 아직 흔들렸고, 마음은 더 크게 흔들렸다. ‘나는 왜 올라탔을까.’ 호기심, 콘텐츠, 흔한 추억. 그 어떤 이유도 방금 느낀 무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플랫폼으로 돌아오는 길, 코끼리는 한 번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내가 내려와야 할 곳’이 어느 쪽인지 알 것 같았다.
돌아오는 픽업트럭 위의 침묵, 다음을 위한 약속
체험이 끝나고 소형 픽업트럭 뒤칸에 올라타자, 바람이 땀을 식혔다. 동승한 커플은 사진을 확인하며 웃었고, 뒤편 좌석의 아이는 악어 모양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켰다가 곧 끄고, 손바닥에 남은 장갑 냄새를 비누로 두 번이나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듯한 감각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마음속에서는 두 개의 화면이 번갈아 재생됐다. 한쪽에는 내 표정이, 다른 쪽에는 철망과 끈, 벨트와 갈라진 발톱, 라인 맞춰 움직이던 공기. 관광은 대체로 ‘보고, 찍고, 떠나는’ 동사들로 구성되지만, 오늘만큼은 ‘멈추고, 듣고, 배우는’ 동사가 더 필요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매표소 옆 게시판에서 ‘보존’과 ‘교육’을 말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문장이다. 그러나 좋은 문장이 모든 것을 덮지는 못한다. 나는 안내 카운터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관찰형 프로그램이나 사료·의료 지원처럼 동물에게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식이 있나요?” 직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연락처가 적힌 전단을 내밀었다. 자원봉사 일정과 보호 센터 방문 프로그램이 적혀 있었다. 내 마음속의 얇은 기름막이 조금 걷히는 느낌. 그 전단을 배낭 앞주머니에 넣으며 작은 약속을 세웠다. 다음번엔 ‘등’이 아니라 ‘거리’를 두는 선택을 하자고. 가까이에서 만질수록 이해가 깊어진다고 믿었지만, 오늘은 반대로 거리가 배려를 만든다는 걸 배웠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앉은자리에서 짧은 기록을 남겼다. ‘나는 보았다. 나는 참여했다. 나는 불편했다. 그러니 다음에는 바꾸겠다.’ 내 여행의 목록에는 이제 ‘대체 프로그램 찾기’, ‘보호 단체 후원하기’, ‘리뷰에 경험과 생각 남기기’가 새로 추가됐다. 이곳으로 오려는 누군가가 내 기록을 보게 된다면, 적어도 ‘선택의 여지’는 넓어질 것이다. 밤이 깊어 창밖이 잠잠해지자, 낮에 들었던 코끼리의 숨소리가 뒤늦게 귓가에 돌아왔다. 그 소리와 나의 호흡이 잠깐 겹쳤다. 나는 조용히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마음 한구석의 미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다음 선택의 방향을 밝혀 주는 작은 등불이 되었다.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때로 기쁨이 아니라 ‘다르게 살려는 결심’이라는 것을, 오늘의 체험이 천천히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