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시작이었다
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긴 어차피 싸니까 괜찮아.” 환율을 계산해보면 대부분의 금액이 한국보다 낮게 느껴졌고, 그 덕분에 소비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 느슨해졌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부담이 덜했고, 택시를 타도 한국보다는 저렴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한 번 한 번은 작아 보였던 지출이 모이면 꽤 컸다. 특히 관광지 근처에서 무심코 들어간 레스토랑,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선택한 카페, 편리함 때문에 택시를 연달아 이용한 날은 하루 지출이 확실히 높았다. 그때 깨달았다. “싸다”는 전제는 여행자를 방심하게 만든다는 걸. 이후로는 먼저 기준을 정했다. 하루 예산을 대략적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무조건 아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고 싶다면 저녁은 로컬 식당으로 가는 식이었다. 또는 멀리 이동해야 하는 날에는 대중교통을 먼저 고려했다. 그렇게 기준을 세우자 소비가 훨씬 선명해졌다. 태국은 선택지가 많은 나라다. 같은 거리 안에 저렴한 노점과 고급 레스토랑이 공존한다. 결국 돈을 아끼는 첫 번째 방법은 ‘태국은 싸다’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지출은 통제 가능해졌다.
교통과 식비, 작은 차이가 하루를 바꾼다
돈을 아끼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교통과 식비였다. 처음에는 편하다는 이유로 택시를 자주 이용했다. 특히 더운 날씨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서 자연스럽게 차량 호출 앱을 열게 됐다. 하지만 하루에 두세 번씩 이용하다 보니 금액이 쌓였다. 그래서 일정이 복잡하지 않은 날에는 BTS나 MRT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역 주변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지만, 익숙해지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요금이 명확했고, 교통 체증에 덜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워 시간대를 피하면 비교적 쾌적했다. 식비도 마찬가지였다. 관광지 근처 레스토랑은 영어 메뉴와 에어컨이 있는 대신 가격이 높았다. 반면 현지인들이 줄 서 있는 식당은 가격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처음에는 메뉴판이 태국어뿐이라 망설였지만, 사진을 가리키거나 옆 테이블을 참고해 주문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 시장에서 과일을 사 먹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구매해 한 끼를 해결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식비를 조금만 조절해도 체감 지출은 크게 달라졌다. 중요한 건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다면, 다음 날은 동네 식당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작은 차이가 반복되면 여행 전체 예산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균형을 찾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숙소와 소비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달라진다
여행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숙소다. 처음에는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광 중심지 한가운데 있는 호텔은 이동이 편리했지만, 가격은 그만큼 높았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콘도나 레지던스 형태의 숙소를 알아보게 됐다. 주방이 있거나 세탁기가 있는 곳을 선택하니 외식 횟수를 줄일 수 있었고, 세탁비도 아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불필요한 ‘즉흥 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기념품을 여러 개 사거나, 사진이 예쁘다는 이유로 디저트를 추가 주문하던 습관을 조금씩 줄였다. 대신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경험에만 돈을 쓰기로 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현지 앱이나 할인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방식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동일한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비교하는 습관이었다. 같은 메뉴라도 두세 군데 가격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 바로 결정하지 않고 잠시 생각해보는 것. 태국은 소비 유혹이 많은 나라다. 맛있는 음식, 분위기 좋은 공간, 저렴해 보이는 가격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그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절약 방법이었다. 한 번의 큰 절약보다, 작은 절약을 반복하는 것. 여행이 끝났을 때 남는 건 단순한 잔액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한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