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모든 것이 싸게 느껴졌다
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거의 모든 가격에 감탄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택시 요금, 길거리에서 사 먹은 국수 한 그릇 가격, 편의점에서 고른 음료와 간식들까지. 계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원화로 환산해보면 “이 정도면 한국의 절반도 안 되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특히 길거리 음식은 부담이 거의 없었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은 볶음면 한 접시는 한국에서 카페 한 번 가는 비용보다 저렴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태국은 물가가 싸다”라고 단정 지었다. 관광지 근처에서 먹은 식사도 처음에는 크게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한국의 관광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한 느낌이었다. 마사지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라면 부담스러울 가격이 태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지불할 수 있었다. 그때는 환율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남아는 원래 싸다’는 막연한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몇 번 방문이 반복되면서, 그리고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컸고, 같은 메뉴라도 위치에 따라 체감이 전혀 달랐다. 영어 메뉴판이 크게 붙어 있는 식당은 대체로 가격이 높았고,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골목은 자연스럽게 단가가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자 누적된 금액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싸다’고 생각하고 소비한 것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나는 태국 물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관광지에서 체감하는 가격의 현실
관광지 근처에서는 분위기라는 것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다. 해변이 보이는 자리, 노을이 잘 보이는 루프탑, 사진이 잘 나오는 인테리어가 있는 카페. 이런 곳에서는 음식이나 음료 그 자체보다 공간의 가치가 가격을 결정하는 듯했다. 한 번은 유명한 관광지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간 적이 있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직원은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으며, 음식 플레이팅도 깔끔했다. 하지만 계산서를 받아들고 잠시 멈칫했다. 같은 메뉴를 다른 지역에서 먹었을 때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이었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국은 싸다’는 전제에서 보면 예상보다 높게 느껴졌다.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가 좋은 곳일수록 가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디저트와 커피를 함께 주문하면 체감 금액은 빠르게 올라갔다. 숙소 가격도 비슷했다. 현지인 거주 지역의 콘도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관광 중심지의 호텔은 성수기에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책정되기도 했다. 교통도 변수였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면 하루 교통비가 생각보다 늘어난다.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흥정이 필요했고,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요금을 높게 부르는 사례도 들었다. 물론 모든 기사나 가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광지라는 공간에는 항상 ‘편리함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위치가 좋고,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비용에 반영된다. 결국 관광지에서의 소비는 ‘물가’라기보다 ‘경험 비용’에 가까웠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의 방향이었다
여러 번 태국을 오가며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물가 자체보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을 찾아가면 여전히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메뉴판이 태국어뿐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손짓과 눈치로 주문하는 법을 익히고 나니 오히려 재미가 생겼다. 동네 시장에서 과일을 사 먹거나, 작은 노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는 날에는 하루 식비가 생각보다 낮게 유지됐다. 반대로 분위기 좋은 카페를 하루에 두 번씩 가거나, 편리함을 이유로 택시만 이용하면 지출은 금세 늘어났다. 어느 날은 일부러 하루 지출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 크게 비싼 걸 산 기억은 없었는데도, 총액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때 깨달았다. “어차피 싸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태국은 선택지가 많은 나라다. 로컬 식당과 관광지 레스토랑이 공존하고, 길거리 음식과 고급 카페가 같은 거리에 있다. 그래서 소비 패턴에 따라 체감 물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이후로 하루 예산을 대략 정해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격하게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기준이 있으니 선택이 달라졌다. 태국의 물가는 단순히 싸다, 비싸다로 나누기 어렵다. 관광지와 현지 생활권의 차이, 환율의 영향, 개인의 소비 성향이 모두 섞여 있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 “태국 물가 싸지?”라고 물으면 나는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 달라.” 그게 내가 여러 번의 방문 끝에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