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태국 맥주와 얼음, 한국과 다른 음주 문화

by Koriland 2025. 8. 22.

처음 경험한 태국식 맥주 문화

 태국에서의 어느 저녁, 노상 식당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시원하게 식힌 병맥주나 생맥주를 그대로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에서는 맥주 옆에 얼음이 가득 담긴 컵이 함께 나왔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했다.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신다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맥주는 본래 차갑게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얼음을 넣으면 맛이 희석되고 풍미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옆자리의 현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얼음을 집어 컵에 담고 맥주를 붓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용기를 냈다. 얼음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그 사이로 황금빛 맥주가 흘러내리자 묘하게 시원한 기운이 전해졌다. 첫 모금은 예상보다 부드럽고 청량했다. 맥주의 도수는 확실히 낮아졌지만, 더운 공기 속에서 입안 가득 퍼지는 차가움은 오히려 새로운 만족감을 주었다. 태국 특유의 습하고 무거운 공기와 뜨거운 저녁을 버티기 위해, 이곳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맥주를 즐겨 왔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얼음이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

 얼음을 곁들인 맥주는 단순히 시원함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잔에 얼음을 채우고 맥주를 따르는 행위는 마치 작은 의식처럼 사람들 사이에 웃음을 만들었다. 얼음이 녹아들면서 도수가 낮아진 덕분에, 취기가 빨리 오르지 않고 대화는 더 길게 이어졌다. 옆자리 가족은 서로의 잔에 얼음을 다시 채워주며 웃었고, 젊은 친구들은 차례로 건배를 하며 소박한 축제를 즐겼다. 나는 그 풍경 속에서 한국의 술자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한국에서는 술이 때때로 빨리 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만, 태국에서는 술이 시간을 함께 나누는 배경음악처럼 흐르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얼음이 녹으며 맥주가 점점 연해져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이제는 더 마시기 좋다”며 웃음을 나누었다. 태국인 친구는 나에게 “얼음을 넣으면 술이 길어지고,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도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얼음은 단순히 맥주를 식히는 물리적 장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대화를 연장시키는 문화적 장치였다. 그날 나는 맥주를 마셨지만, 사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을 배우고 있었던 셈이다.

문화의 차이에서 배운 것

 태국에서의 이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넣는다는 발상이 낯설고 심지어는 “맛을 망친다”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더운 기후 속에서 맥주를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였다. 맥주의 풍미가 조금 줄어들 수는 있어도, 그 대신 대화와 웃음이 더 풍성해진다. 술자리의 중심이 ‘술’이 아니라 ‘사람’으로 옮겨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얼음을 담은 잔을 손에 쥐고 태국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순간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다. 그때의 기억은 단순히 “태국에서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게 해 주었다. 언젠가 다시 태국을 찾게 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맥주를 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 잔을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그들의 여유와 따뜻한 미소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태국 맥주와 얼음, 그것은 단순한 음주 방식이 아니라, 함께 웃고 나누는 삶의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