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서 마주한 낯선 장면
태국을 처음 여행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장면 중 하나는 길거리에 세워진 커다란 사진들이었다. 그것은 광고판도, 행사 홍보물도 아닌 바로 왕의 사진이었다. 방콕의 번화가 중심 도로 한복판에는 금빛 장식으로 둘러싸인 액자 속에서 미소 짓는 왕의 초상이 있었고, 작은 동네 골목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세운 듯한 액자와 꽃장식 속에서 왕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진이 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태국 사회에서 왕이 차지하는 특별한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출근길에 분주히 걸음을 옮기던 현지인들은 그 앞을 지날 때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두 손을 모으며 존경의 표시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에, 나는 그 모습에서 태국인들의 진심 어린 존경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대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한 장면이었지만, 바로 그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사진 속에서 드러난 존경과 애정
왕의 사진은 단순히 도시 한가운데 세워진 상징물이 아니라, 태국인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도, 학교 교정에도, 심지어 시골의 작은 버스 정류장에도 왕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마다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금빛 장식과 꽃 장식이 어우러져 있었다. 어떤 사진은 왕이 군복을 입고 국민 앞에 서 있는 모습이었고, 또 어떤 사진은 서민들과 함께 웃고 있는 장면이었다. 현지 친구는 나에게 “왕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가족과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태국 사람들에게 왕은 나라의 상징이자 마음의 버팀목이며, 어려운 시기에도 국민을 지켜 준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길거리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진들이 단순히 권위의 표현이 아니라 애정과 존경의 상징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많은 가정집 안에도 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한국의 가정집에 조상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만큼 왕은 국가와 국민을 잇는 정신적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여행자가 느낀 특별한 울림
길거리 곳곳에서 본 왕의 사진들은 나에게 단순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는 울림을 주었다. 태국 사람들에게 왕은 단순히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였다. 한국에서는 특정 인물의 사진이 이렇게 공공장소마다 걸려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기에, 그 풍경은 더욱 인상 깊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것이 단순한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국민과 지도자 사이의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장에서 음식을 사던 아주머니가 사진 앞을 지날 때 잠시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이 장난을 치다가도 사진 앞에서는 얌전히 서 있는 모습에서 그 존경심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여행자인 나는 그 모습 속에서 ‘존중’이란 것이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삶 속에 스며드는 것임을 배웠다. 우연히 찍은 사진 속 배경에 항상 왕의 초상이 함께 들어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태국에서 보고 느낀 진짜 문화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언젠가 다시 태국을 찾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길거리의 왕의 사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나라가 지켜 온 전통과 존경의 문화를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