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된 하루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우본라차타니는 이산 지역에서도 문화적 전통이 깊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곳을 찾으면서 단순히 여행지가 아닌, 태국 불교의 뿌리와 사람들의 삶을 함께 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사원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신선했고 경내에는 승려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금빛으로 빛나는 불상과 정교하게 장식된 지붕은 이 지역 사람들의 신앙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사원 안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향을 피우고 합장을 올리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이들의 신앙 속에 함께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 벽화에는 불교의 가르침과 함께 태국인의 생활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그 속에서 나는 우본라차타니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정신적 중심을 품고 있는 특별한 장소임을 깨달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촛불 축제
우본라차타니를 찾은 이유 중 하나는 매년 열리는 ‘촛불 축제’였다. 태국 전역에서도 유명한 이 축제는 불교의 중요 행사인 아싸하부차와 카오판사 기간을 맞아 열린다. 저녁이 되자 도시 전체가 환한 불빛으로 가득 찼고, 거리 곳곳에는 거대한 밀랍 조각상이 줄지어 등장했다. 촛불과 조각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밀랍으로 만든 부조와 조각에는 불교의 설화, 신화 속 장면, 그리고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모습들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촛불을 하나씩 들고 거리를 행진했고, 그 불빛이 물결처럼 이어졌다. 어둠을 밝히는 수천 개의 촛불은 장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그 행렬 속에 서서 손에 쥔 작은 촛불을 바라보았다. 불빛은 작았지만, 주변의 모든 촛불과 합쳐지자 하나의 큰 바다가 되었다. 그 순간, 나 또한 이곳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게 되었다. 축제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동시에 거대한 영적 울림 속에 작은 한 조각이 된 듯한 겸허함을 느꼈다.
여행자가 얻은 특별한 울림
사원에서의 고요한 시간과 촛불 축제의 화려한 행렬은 서로 다른 모습이었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믿음과 공동체의 힘이었다. 한국에서는 종종 종교적 행사가 개인의 영역으로만 여겨지곤 하지만, 태국에서는 종교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끈이 되고 있었다. 촛불을 들고 웃음을 나누던 아이들, 조각상 앞에서 합장을 올리던 노인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던 나까지 모두가 같은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여행자는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가끔은 그날의 불빛이 떠오른다. 수천 개의 촛불이 어둠을 밝히던 장면,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감싸던 따뜻한 공기. 우본라차타니의 사원과 촛불 축제는 내게 단순한 여행의 기억을 넘어, 신앙과 전통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지를 보여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언젠가 다시 태국을 찾는다면, 나는 또다시 이 축제를 경험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더 깊은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이곳 사람들과 함께 세상의 평화를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