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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클라·핫야이 새벽 딤섬 골목과 킴용마켓 흥정기

by Koriland 2025. 8. 25.

새벽 딤섬 골목에서 깨어나는 도시는 찻잔 소리로 시작된다

 핫야이의 새벽은 시장 바닥을 밀어 닦는 물소리와 함께 열린다. 삼륜 리어카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찜통을 싣고 골목 입구에 멈추면, 찻주전자에서 흘러내린 증기가 형광등 아래로 흩어진다. 둥근 대나무 찜통 뚜껑을 여는 순간 하얀 모락 사이로 샤오마이와 하가우, 부드럽게 달인 돼지갈비, 생강을 올린 흰 살생선이 얼굴을 내민다. 주문 방식은 단순하지만 리듬이 있다. 테이블에 놓인 금속 접시에 원하는 딤섬을 담아 건네고, 차는 뜨거운 보이차나 국화차 중에서 고르면 된다. 간장과 식초, 달큰한 칠리소스를 한 숟갈씩 섞어 찍어 먹으면, 딤섬의 결이 혀끝에서 또렷해진다. 앞자리 노인은 찹쌀 라오닝쪼우에 백년란을 부숴 넣고, 옆자리 학생은 새벽 수업을 앞두고 계란두부찜을 나눠 먹는다. 간간이 들려오는 승려의 탁발 종소리와 인근 이슬람 사원의 아잔이 먼 공기에서 겹치며 남쪽 도시의 다층적인 아침을 만든다. 바깥에서는 송테우가 짧게 경적을 울리고, 가게 안에서는 스테인리스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탁탁 박자를 친다. 나는 사장님이 권한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접시 가장자리의 굴 소스 흔적을 빵으로 훔쳐 먹는다. 이곳 딤섬은 광둥식과 태국식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후추 향이 선명한 돼지고기 만두 뒤에 라임을 뿌린 새우완탕이 따라오고, 돼지피를 넣은 고추장국과 달달한 카노맙빤(코코넛 디저트)이 마무리를 맡는다. 계산은 접시 수를 세는 방식이지만, 주인은 대개 계산기 화면을 돌려 보여 주며 다시 한번 확인한다. 서둘러 먹을 이유가 없는 아침, 찻잔 바닥에 남은 잔향이 식을 때까지 누구도 의자를 급히 밀지 않는다. 나는 한 접시를 비울 때마다 골목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새벽의 딤섬 골목은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도시의 심박을 맞추는 장소다. 골목을 빠져나오며 유리 진열대에 김이 살짝 서린 흔적을 만져 본다. 손끝의 미지근함이 길게 남는다. 그 온기가 오늘의 속도를 정한다. 빠르게가 아니라, 또박또박.

킴용마켓에서 배운 흥정의 언어와 남쪽의 맛

 딤섬 골목에서 몇 블록을 지나면 킴용마켓의 첫 출입구가 나타난다.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느리게 회전하고, 통로마다 말린 망고와 캐슈넛, 건두리안 봉지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한쪽에서는 볶은 마늘과 라드의 고소한 향이 퍼지고, 다른 쪽에서는 남부 카레 페이스트의 강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두드린다. 여기는 말수가 적어도 거래가 척척 굴러간다. 상인은 계산기의 숫자를 돌려 보여 주고, 나는 손가락으로 원하는 무게를 표시한다. “이건 킬로에 얼마?” “두 봉지면 할인가?” 같은 말은 태국어 몇 마디와 미소, 그리고 계산기가 대체한다. “롯 다이 마이?”라고 물으면 상인은 웃으며 더 크게 숫자를 눌러 본다. 더 산다면 더 내린다는 제스처, 맛을 보라며 말린 파인애플 조각을 집어 주는 손, 진공 포장으로 바꿔 주겠다는 제안이 잇따른다. 과일 코너에서는 렁깡과 람부탄이 바구니 채로 싱싱하고, 제철이면 몬통 두리안 단면이 크림처럼 반짝인다. 나는 소량을 맛보고 손가락 두 마디만큼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상인은 칼날을 라임으로 훑어 냄새를 줄이고, 비닐장갑을 끼워 건네준다. 향신료 코너에서는 노란 강황과 고추가루, 마른 새우, 남부식 카레 페이스트를 한데 담은 작은 세트를 만들어 준다. “여기 세 가지 섞으면 핫야이식 카레가 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휴대폰 메모에 간단한 레시피를 적는다. 한켠의 차 상점에서는 로티와 함께 마시는 진한 타이티를 진공팩으로 판매한다. “라오쑤이(집에서 달여 마셔요)”라는 상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스테인리스 잔을 덤으로 받는다. 흥정은 가격을 낮추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대화라는 걸 이 시장이 알려 준다. 많이 사면 가격이 내려가고, 덜 사도 미소는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의 있는 리듬이다. 손님이 고르고 상인이 포장하는 동안, 나는 다음 가게 가격을 굳이 들먹이지 않는다. 대신 “카오 라이(얼마예요)?” “포이 니트(조금만)” 같은 짧은 말로 간격을 유지한다. 마지막 포장까지 끝나면 상인은 “캅쿤 캅”과 함께 손바닥을 살짝 위로 올려 인사한다. 그 동작이 시장의 마침표다. 어깨끈에 걸린 장바구니가 묵직해질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봉지 하나를 열어 캐슈넛을 집어 먹고, 남은 봉지는 배낭 깊숙이 눌러 담는다. 이 마켓은 여행자에게 기념품을, 현지인에게는 생활을 판다. 그리고 둘 사이의 흥정은 언제나 미소로 끝난다.

송클라 올드타운으로 이어진 발걸음, 바다 바람이 마무리한 하루

 오전 내내 시장에서 보낸 뒤, 나는 송테우에 올라 송클라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는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물빛이 번갈아 비쳤고, 골목에는 시노포르투기즈풍 셔터와 알록달록한 벽화가 이어졌다. 낮게 열린 창에서 냄비 뚜껑이 덜컹거리고, 오래된 카페의 스피커에서는 말레이 선율이 섞인 옛 노래가 흘렀다. 골목 모퉁이에서 만난 어부는 그물코를 손질하며 오늘 물때를 설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사미라 해변에 닿자 바닷바람이 배낭 끈의 땀을 식혀 주었다. 모래 위 황금 인어 조각상 앞에서는 아이들이 조개껍데기를 주워 모았고, 노점에서는 얼음 가득한 라임 주스가 빠르게 팔려 나갔다. 나는 벤치에 앉아 오전에 산 간식 봉지를 하나씩 꺼내 바다와 나눠 먹었다. 캐슈넛의 고소함 사이로 바닷소금 냄새가 스며들고, 말린 망고의 달콤함 뒤로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여운을 남겼다. 해가 기울며 골목의 색이 주황빛으로 바뀌자, 올드타운의 벽화 속 인물들이 정말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길가 작은 갤러리에서는 지역 학생들의 판화 작품이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어제 찍은 듯 생생한 흑백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 나는 사진 속 아버지의 손등 주름을 오래 바라보았다. 남쪽 도시의 시간은 바닷바람처럼 느리게 불고, 오래된 것들과 새것들이 억지로 섞이지 않고 나란히 놓인다. 돌아가는 송테우를 기다리며 오늘의 지도를 마음속으로 다시 그렸다. 새벽의 딤섬 골목 → 시장의 흥정 → 올드타운의 바람. 세 곳을 잇는 선은 굵지 않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나는 다음번 이 도시를 찾을 때도 같은 순서로 하루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느긋한 차 한 잔으로 심박을 맞추고, 시장에서 대화를 배우고, 바다에서 숨을 고르는 순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송테우의 손잡이가 손바닥에 남긴 금속성 온기가 서서히 식었다. 그 온기를 잃지 않으려 나는 배낭 가장 바깥 주머니에 작은 메모를 넣었다. “아침엔 차와 딤섬, 낮엔 미소로 흥정, 저녁엔 바람과 벤치.” 남쪽의 하루는 그 문장만으로도 완성된다. 도시가 어둠 속으로 천천히 잠기자, 멀리 킴용마켓의 네온 간판이 마지막으로 반짝였다. 나는 눈을 감고 오늘의 리듬을 귀로 다시 읽었다. 찻잔 소리, 계산기 딸깍, 파도. 셋이 겹치는 곳에 이 도시의 마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