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 속 소박한 노점상
방콕의 거리를 걷다 보면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쇼핑몰에는 화려한 조명이 반짝인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낮추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인도 옆으로 늘어선 작은 노점들, 철제 카트 위에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아주머니들, 바쁘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현지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꼬치 몇 개를 사 먹는 풍경. 나는 바로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연기는 눈을 살짝 맵게 했지만,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사람들을 하나 둘씩 불러 모았다. 꼬치 하나에 10바트, 한국 돈으로 4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엔 위생이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현지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나는 닭고기 꼬치 두 개를 집어 들고, 주변 사람들처럼 길가에 서서 먹기 시작했다.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 속에 고소한 육즙이 가득했다.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닌, 소박한 길거리에서 느낀 첫 한입은 내가 알던 방콕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낯선 소스와 뜻밖의 만남
꼬치를 먹던 중, 노점 아주머니가 작은 플라스틱 통을 내밀었다. 붉은색과 초록색이 섞여 있는 정체불명의 소스였다. 옆에서 꼬치를 먹던 현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스파이시! 트라이!”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꼬치를 소스에 푹 찍어 먹었다. 입안 가득 불이 난 듯 매운맛이 퍼졌고, 곧이어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풍미가 따라왔다. 혀가 얼얼해졌지만, 이상하게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옆에 있던 태국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근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했다. 서툰 영어였지만, 서로 웃으며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하루에 두세 번은 이 노점에 들른다며, 자신에게는 이 꼬치가 어릴 적부터 먹어 온 간식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나는 한국에서는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떡볶이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문화를 나누며 웃음을 지었다. 길거리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매운 소스 덕분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오히려 그 눈물이 더 진한 추억으로 남았다.
길거리 음식이 열어준 새로운 시선
꼬치를 다 먹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꼬치를 뒤집으며 손님을 맞이했고, 학생들은 가볍게 맥주 한 캔과 함께 꼬치를 즐기며 대화를 나눴다. 퇴근을 마친 직장인도, 장을 보고 돌아가던 아주머니도, 심지어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세대나 계층마다 즐기는 공간이 다르지만, 방콕의 길거리 꼬치구이 앞에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나는 이 소박한 장면 속에서 태국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행자는 흔히 화려한 관광지를 좇지만, 사실 그 나라의 진짜 매력은 이런 일상 속에 숨어 있다. 길거리 꼬치구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태국의 여유로움, 따뜻한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도시의 활기가 담겨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나는 종종 생각한다. 방콕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건 화려한 궁전도, 거대한 쇼핑몰도 아닌, 바로 그 길거리 꼬치구이에서 시작된 작은 모험이었다. 다시 방콕을 찾게 된다면, 나는 가장 먼저 그 골목으로 향해 또다시 꼬치를 집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