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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길거리 꼬치구이

by Koriland 2025. 8. 22.

연기와 향기로 가득한 밤거리

 방콕의 저녁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니라, 골목마다 피어오르는 꼬치구이의 연기였다. 작은 카트 위에 숯불이 타오르고, 그 위에 돼지고기, 닭고기, 심지어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내장 꼬치가 줄지어 올려져 있었다. 고기 위에 양념이 스며들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불길이 가끔씩 튀어 오를 때마다 진한 향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그 앞에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 있었고, 퇴근길에 잠시 들른 직장인, 교복을 입은 학생들, 관광객들까지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단순히 구경만 하려 했지만, 연기 속에서 전해지는 매혹적인 향기에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가게 주인은 땀을 흘리며 꼬치를 재빠르게 뒤집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소스를 발라 다시 불 위에 올렸다. 그 풍경은 단순한 음식 판매가 아니라, 작은 공연처럼 느껴졌다. 길거리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꼬치구이 앞에는 묘한 질서가 있었다. 모두가 자신에게 올 차례를 기다리며 고소한 향을 함께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입에서 시작된 소소한 모험

 나는 망설이다가 닭고기 꼬치 두 개를 주문했다. 가격은 개당 10바트, 한국 돈으로 4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주인은 꼬치를 건네며 작은 플라스틱 통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붉은 고추가 가득 섞인 매운 소스가 들어 있었다. 옆에서 먹던 현지인이 “이거, 꼭 찍어 먹어야 한다”며 미소 지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꼬치를 소스에 푹 담가 입에 넣었다. 순간 입안에 불이 난 듯 매운맛이 퍼졌지만, 곧이어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뒤따랐다. 혀끝은 얼얼했지만, 묘하게도 포크가 멈추지 않았다. 얼음을 가득 채운 맥주 한 잔이 옆에 있었다면 더없이 완벽했을 것이다. 매운맛에 얼굴이 벌게지자, 가게 주인은 웃으며 물 한 컵을 내밀었다. 그 짧은 교류 속에서 나는 단순히 음식을 사 먹는 손님이 아니라, 이 길거리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꼬치 하나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삶의 리듬과 대화의 매개체였다. 불길 위에서 지글거리는 꼬치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방콕의 진짜 맛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이런 길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길거리 음식이 전해 준 따뜻한 기억

 꼬치를 다 먹고 나니 입안은 여전히 얼얼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작은 꼬치 하나가 나에게 방콕의 밤거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노점상 앞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같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공유했다. 숯불 위에서 타오르는 불빛은 단순히 고기를 익히는 불이 아니라, 사람들의 하루를 위로하는 불처럼 보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종종 그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땀을 흘리며 꼬치를 굽던 주인의 모습, 매운 소스에 놀라 눈시울을 붉히던 나, 그리고 옆에서 함께 웃어주던 현지인의 따뜻한 시선. 방콕의 길거리 꼬치구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행자와 현지인을 연결하는 다리였고, 낯선 도시를 집처럼 느끼게 해 준 작은 마법이었다. 언젠가 다시 방콕을 찾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네온사인 대신 꼬치구이의 연기를 따라 골목길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같은 소스를 찍어 먹으며, 태국의 밤과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