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기가 나를 이끈 시장
방콕의 한 로컬 시장을 걷다 보면 언제나 냄새가 먼저 나를 끌어당긴다. 갓 튀긴 기름 냄새, 구운 고기의 향, 열대과일이 풍기는 달콤함이 한꺼번에 섞여 공기를 가득 채운다. 그날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시장 골목을 걷던 중, 유난히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곳에는 작은 카트에 다양한 디저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젤리 같은 것, 코코넛 밀크 향이 풍기는 하얀 푸딩, 그리고 바나나 잎에 곱게 싸여 있는 작은 간식까지. 나는 처음 보는 모양에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에서는 케이크나 빵 같은 서양식 디저트가 익숙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디저트들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특히 바나나 잎으로 감싼 간식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더 궁금했다. 주인은 환하게 웃으며 “칸옴(ขนม)”이라고 설명해 주었고, 그 말만으로도 이 시장이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태국 사람들의 삶과 전통이 녹아 있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코코넛과 바나나, 전통의 달콤함
나는 가장 먼저 코코넛 밀크 푸딩을 골랐다. 얇은 플라스틱 컵에 담겨 있던 그것은 하얗게 빛나며 부드럽게 흔들렸다. 한 숟갈 떠 넣자 코코넛의 진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혀에 퍼졌다.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았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싸며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그다음 선택은 바나나 잎에 싸인 간식이었다. 잎을 조심스레 열자 안에는 쫄깃한 찹쌀떡이 들어 있었다. 안에는 바나나 조각과 달콤한 팥소가 들어 있었는데, 씹는 순간 달콤함과 은근한 짠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단순히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금 한 꼬집이 전체 맛을 조율하는 듯했다. 상인은 “이건 태국의 전통 간식으로,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나는 작은 한 입 속에 태국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이 녹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에서라면 디저트는 식사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용도로만 생각했지만, 태국에서는 전통과 일상, 가족의 정까지 담긴 음식이었다. 시장 골목에 줄지어 있던 다양한 디저트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태국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창문 같았다.
디저트가 전해 준 따뜻한 기억
시장 한쪽 그늘에 앉아 코코넛 푸딩과 찹쌀떡을 맛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손에 설탕을 뿌린 튀밥을 들고 까르르 웃었고, 노인들은 달콤한 간식을 곁들여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들린 디저트를 한입 더 베어 물며, 여행 중 이런 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생소한 간식이었지만, 그 맛 속에서 느낀 따뜻함은 오래 남았다. 달콤하면서도 은근히 짭짤한 맛, 부드러움 속의 쫄깃함, 그리고 나를 향해 미소 짓던 상인의 얼굴.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종종 태국 시장에서 맛보던 그 디저트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웃음과 시장의 활기, 그리고 여행의 설렘을 함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 디저트는 내게 낯선 여행지를 따뜻한 집처럼 느끼게 해 준 작은 마법과도 같았다. 언젠가 다시 태국을 찾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로컬 시장을 찾아 이 달콤한 기억을 새롭게 채워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