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옆 도시, 논타부리로의 짧은 이동
태국에 머물던 어느 날, 나는 방콕에서 조금 벗어나기로 했다.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바로 논타부리였다. 사실 한국에서 태국을 이야기할 때 흔히 떠오르는 도시들은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 정도다. 나 역시 논타부리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방콕 북쪽으로 차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가 나타났다. 방콕에서는 하루 종일 차들이 뒤엉켜 경적을 울리고, 빌딩 숲 사이로 사람들 발걸음이 바쁘게 오갔다. 하지만 논타부리에 발을 들이자 시간의 흐름이 한결 느려졌다. 도로 양옆으로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학생들이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고, 길가 노점에서는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가 손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마주했던 화려한 도시 방콕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짧은 이동만으로 마치 새로운 태국을 발견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현지 시장에서 느낀 태국의 생활
논타부리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현지 시장이었다. 태국의 시장은 어느 곳이든 활기가 넘치지만, 논타부리 시장은 유난히 따뜻한 분위기가 있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튀김 냄새와 향신료 냄새가 섞여 나를 반겼다. 길 양옆으로는 신선한 열대과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가게 주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한국의 시장에서는 흥정을 하거나 빠르게 물건을 사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가게 앞에 앉아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작은 꼬치구이를 하나 샀는데, 단돈 10바트밖에 하지 않았다.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가 고기에 잘 배어 있었고, 불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뜨거운 불 앞에서 꼬치를 구워주던 아저씨는 나를 보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려 보였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친근한 분위기가 잊히지 않았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플라스틱 통에 가득 담긴 아이스커피를 팔고 있었는데, 종이컵에 얼음을 가득 채워주고 단돈 15바트에 내어주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은 그 어떤 고급 카페보다 값지고 특별했다. 나는 이곳 시장에서 태국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값비싼 브랜드나 화려한 쇼핑몰 대신, 서로 웃으며 인사 나누고, 저렴하지만 푸짐한 음식을 즐기는 삶이 바로 이들의 일상이었다.
강가에서 바라본 소박한 일상
시장 구경을 마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차오프라야강이 보였다. 방콕에서도 여러 번 본 강이었지만, 논타부리에서 마주한 강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유람선이나 화려한 관광 보트 대신, 작은 나룻배가 조용히 강을 오가고 있었다. 배에는 과일 바구니나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는 상인들이 있었고, 강가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현지인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강가에서 물장난을 치며 해맑게 웃었고, 노인들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강가에 앉아 그 평화로운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차분함이 온몸에 스며드는 듯했다. 해가 서서히 기울자 강물은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작은 배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태국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도시 풍경이 아니라, 바로 이런 소박한 일상 속에 숨어 있구나.” 논타부리에서의 하루는 짧았지만, 나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깊은 매력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나는 종종 그날 강가에서 보았던 따스한 저녁 햇살을 떠올리며 미소 짓곤 한다.